별점 리뷰
이춘배(68.교육전문가)씨는 존 F 케네디 하이스쿨의 카운슬러로 은퇴하기까지 평생 교육자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1985년부터 10년간은 본보의 교육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도 했었다.
이북 출신들의 냉면 사랑은 거의 절대적이다. 신의주가 고향인 이춘배씨 역시 냉면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긴긴 겨울 밤이면 할머니께서는 땅에 파묻은 항아리에서 살얼음을 깨고 동치미 국물을 퍼다 냉면을 말아주셨죠. 지금도 그 맛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한참 때는 10그릇도 뚝딱 해치울 만큼 냉면은 늘 그의 입에 달다. LA 올드타이머 가운데 하나인 그는 '미네스'와 '고려정' 등 초창기 한식당에서 냉면 맛보던 순간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냉면집을 모두 섭렵한 그가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오장동 함흥면옥.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냉면 맛에 가장 근접한 맛을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은 물론이요 겨울철에도 냉면을 거르진 않아 계절을 불문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찾는다.
냉면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수식어는 오장동. 오장동 함흥면옥은 1954년 을지로 중부시장 뒤에 문을 연 이후 1987년 가든그로브 점에 이어 플러튼 다운타운 그리고 4년 전에는 한인 타운 분점을 내 냉면 종가집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주인 이종길 씨의 부모는 함경도 흥남이 고향. 그는 2년 전 함흥냉면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오장동 이름과 조리법의 특허신청를 냈다.
오장동 기술자로부터 직접 전수 받은 노하우에 연변 지방으로 냉면 유학까지 다녀올 정도로 그의 맛있는 냉면 만들기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새벽 5시에 출근해 직접 준비하는 육수는 24시간 갈비뼈와 양지를 우려내 맛이 진하고 고소하며 깔끔한 것이 냉면집의 솜씨를 판가름할 만 하다.
LA에서 이처럼 제대로 된 냉면을 대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즐거움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반죽을 반죽해 기계에 넣고 면발을 뽑아낸다. 줄줄 내려오는 면발이 팔팔 끓는 솥에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익으면 한두 번 휘저은 후 얼음물에 팍팍 치대 휘저은 후 꺼내 그릇에 담는다. 이 모든 과정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냉면 만드는 데는 상당히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손도 많이 간다.
평양식 물냉면 재료인 메밀은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에 좋은 완전 건강식품이요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양지머리와 닭고기를 푹 고아 기름을 제거한 후 17가지 야채를 보자기에 싸 넣고 한 번 더 끓여 잘 익은 열무 동치미 국물과 배합한 육수는 특유의 감칠맛과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고구마와 감자 전분 사리의 함흥냉면은 꿀과 배 마늘로 맛을 낸 홍어회를 웃기로 올리고 배 꿀 양파 고춧가루 등 20여 가지의 신선한 재료를 숙성시켜 만든 매운 양념장에 비벼 낸다. 화려한 상차림의 쟁반냉면은 맛도 모양새만큼 좋다. 갈비와 녹두 빈대떡 그리고 만두 등 냉면과 함께 즐기는 먹거리도 고루 갖추었다.
왕갈비 꽃등심 차돌 주물럭 흑돼지삼겹살 등 즉석구이는 물론이고 무제한과 콤보 구이도 마련하고 있다. 콩나물과 미나리 듬뿍 넣은 시원한 복지리와 복매운탕 복찜 그리고 새롭게 개발한 홍어찜도 별미다. 복요리와 홍어찜을 먹고 나면 밥도 맛있게 볶아준다. 여름을 맞아 20년 만에 처음으로 쟁반냉면을 제외한 모든 냉면을 9달러(세금 포함)에 세일한다.
주 7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오픈. 4032 W. Olympic Blvd. Los Angeles CA 90019. (323) 634-9292.
스텔라 박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