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봉(63·CPA)씨는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용궁을 자주 찾는 오랜 단골. 임신해 탕수육과 짬뽕을 먹고 싶어하는 아내를 데려온 곳도, 아들 돌 잔치를 한 곳도 바로 이곳에서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커뮤니티의 존경 받는 존재가 되어감에 따라 그가 용궁을 찾을 기회는 더욱 잦아졌다. 3년 전 연세대학교 남가주 동문회장에 선출됐을 때는 임원들과 함께 정기 모임 대부분을 이곳에서 치렀다. LA 한인 연합 감리교회의 장로인 그는 목회자들의 이 취임식 때도 용궁에서 행사를 갖곤 한다. 지난 달 한국에서 오신 고모부 내외의 금혼식 잔치까지 이곳에서 열어 드렸다고 하니 용궁은 그에게 있어 사랑과 기쁨의 순간을 항상 함께 해준 고마운 장소인 셈이다.

“제 세대들에게 있어 자장면과 탕수육은 최고의 호사였습니다. 어릴 때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자장면이라고 답하곤 했었죠. 용궁의 자장면과 탕수육은 어린 시절에 먹던 그리운 맛 그대로입니다. 이곳은 모든 요리들이 다 맛있어요. 이젠 흔한 요리가 되어버린 탕수육도 더욱 고소하고 깐풍 새우도 씹는 맛이 다르거든요. 그 외 유삼사, 중국 부추 잡채, 가자미 튀김도 즐겨 먹습니다.”

왕덕정 대표의 집안은 시청 앞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했었다. 29년 전 오픈한 용궁에서 그는 평생 먹어오고 옆에서 접한 산동 스타일의 정통 중화요리를 정성껏 준비한다. 인테리어 또한 그의 세심한 관리로 늘 새롭다. 입구는 일류 레스토랑 못지않은 풀 바로 꾸며졌고 벽의 그림이며 어항까지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스치지 않은 곳이 없다.

모두 15개의 개별 공간은 10여 명이 오붓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방으로부터 200명을 수용하는, 뱅킷 룸 크기까지 고루 갖추었다. 2층 연회석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동문회, 출판기념회, 회사 회식 등 크고 작은 모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좋은 날 좋은 사연들을 짐작하게 한다.

용궁에는 10인분 기준으로 10코스에 160~600달러까지 다양한 상 요리가 있다. “중국 요리의 장점은 여럿이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 사람 당 16~20달러 정도면 10여 가지의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200달러의 상 요리에는 해물 수프, 삼선탕, 5가지 냉채, 전가복, 깐풍 새우 완자, 마늘 매운 조갯살, 삼겹살 찜, 중국배추 버섯볶음, 양장피, 매운 편 생선과 후식이 줄줄이 이어진다.

5가지 냉채는 오향 장육과 송화단, 닭냉채, 새우냉채, 해파리냉채를 골고루 차려낸다. 전복, 해삼, 왕새우, 스캘럽, 홍합, 오징어 등 갖은 해물이 들어간 전가복은 바다 속 용궁의 잔치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커다란 스캘럽에 갖은 야채를 더해 매콤한 소스를 더한 마늘 매운 조갯살도 맛 난다. 이곳에선 차이나타운처럼 살아있는 게와 가재를 즉석 해서 요리해주기도 한다. 600달러짜리 상에는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 등 진귀한 요리들이 포함된다.

용궁의 명성은 서울에까지 자자해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끊이질 않는다. 자장면과 짬뽕 그 외 다양한 요리를 믹스 앤 매치 해 즐길 수 있는 런치 스페셜도 마련하고 있다.

오픈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966 S. Vermont Ave. Los Angeles, CA 90006. (213) 387-8833.

중앙일보 스텔라 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