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칼리아(Tropicalia)’는 1960년대 후반 브라질의 독재 군부정권에 반대해 일어난 새로운 브라질 대중음악 운동을 말한다. 카에타노 벨로소, 갈 코스타, 질베르투트 질, 톰 조제 등 이 운동의 선구자적 뮤지션들은 시적인 상징과 은유를 통해 군사정권을 비판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이끌어내는 노래들을 차례로 발표했다.

음악적으로도 이들은 보사노바와 삼바 비틀즈의 음악과 미국의 락 등 다양한 음악을 절충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그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김민기 한대수 양희은의 노래들에 음반 판매 금지령이 내리고 가수들에게 온갖 탄압이 가해졌던 것처럼 이들 역시 브라질 군사 정부에 의해 추방당하는 등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다는 죄값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인 존 보르게티는 브라질 식당을 오픈하면서 이런 혁신성과 창조성을 요리에 그대로 적용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 그 이름을 트로피칼리아 브라질리언 그릴이라 정했다.

LA에 살고 있는 브라질 사람들은 물론이요 상파울로에 살다 온 한인들 사이에서도 트로피칼리아 브라질리언 그릴의 명성은 자자하다.

로스 펠리츠 초입 힐허스트 선상은 이미 독자들에게 소개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르팔라 일본식 레스토랑 엔 스시 와인바 비노테카 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지역.

햇살이 밝게 비치는 트로피칼리아의 실내는 캐주얼한 테이블과 의자로 꾸며져 심플하다.

벽에는 트로피칼리아 운동을 이끌었던 뮤지션들의 사진이 몇 점 붙어 있고 입구에는 와인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주인이 사 모은 값도 저렴하고 맛 좋은 이탈리아 와인들이 캐비닛에 빼곡 진열돼 있다.

시원스레 오픈 된 주방에서는 요리사들이 늘 지지고 볶으며 손님들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 한 나라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의 체험을 의미한다. 브라질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포르투갈어 왕 기초를 공부해 보자. 구아라나(Guarana)는 열대 과일 덴데 오일(Dende Oil)은 야자유 파로파(Farofa)는 살짝 구운 유카 가루 말라케타(Malagueta)는 향이 강하고 매콤한 브라질 고추 살사 캄파나(Salsa Campanha)는 토마토 살사를 의미한다. 이곳의 메뉴에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어휘들이니 머리에 넣어둔다면 주문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전채인 브라질 식 세비체(Ceviche)는 흰 살 생선과 새우를 잘게 다져 실란트로와 라임 말라게타 드레싱으로 무쳐 옥수수 칩과 함께 내온다.

이웃하고 있는 남미 나라들과 비슷한 요리로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치킨 비프 치즈로 속을 채운 브라질 만두는 파스테이스(Pasteis). 기름에 튀긴 것이 부담스럽다면 피해가도록. 브라질 아보카도 소스 사워 크림 살사 캄파나로 속을 채운 브라질 식 케사디야 역시 멕시코 음식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여러 가지 해물 튀김 안주(Fritto Misto di Pesce)는 꼴뚜기, 새우, 흰 살 생선, 호박을 고소하게 튀겨 마리나라 소스를 곁들인 것으로 웬만한 이탈리아 레스토랑보다 훨씬 맛이 낫다.

신선하고 아삭아삭 거리는 야채를 듬뿍 담고 고소하게 구운 캐슈, 토마토, 야자 열매 순, 아보카도, 양파, 토마토를 고르게 섞은 브라질 식 샐러드는 닭 가슴살, 비프 스테이크, 새우 그릴을 위에 얹으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건강식.

브라질 스타일의 갈비찜(Brazirib)은 4시간 동안 뭉근하게 고아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매콤한 페퍼소스로 맛을 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돼지고기도 똑 같은 방식으로 조리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

모쿠에카(Moqueca)는 북부 브라질에서 인기 있는 요리로 실란트로, 양파, 토마토 등 온갖 야채와 새우, 생선을 야자유와 낙낙한 코코넛 밀크 소스에 조리해 라이스와 비벼 먹어도 좋다.

브라질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그릴 요리에는 바나나 튀김과 함께 브라질 식 라이스, 감자 튀김, 검은 콩 요리가 딸려나간다. 곁들여지는 볶은 유카 가루 파로파, 치미추리인 살사 트로피칼리아는 브라질의 허브와 향료에 양념한 고기의 맛을 더욱 풍부하고 미묘하게 만든다.

목요일에만 선보이는 스페셜, 페이조 아다는 돼지고기를 검은콩에 넣어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낸 요리로 브라질 식 라이스, 케일과 유사한 야채 볶음과 함께 내온다. 궁금해서 시켰는데 그리 쨍할 건 없는 맛이었다. 낮 시간에는 맛있는 그릴을 빵 사이에 끼워 만든 샌드위치도 준비하고 있다.

▷오픈 시간은 주7일 오전 11시~자정. 바로 옆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Virgil을 타고 북쪽으로 가다 보면 이 길이 Hillhurst로 바뀌는데 Clarissa Ave.와 Finley Ave. 사이에 있다. 1966 Hilhurst Ave. Los Angeles CA 90027. (323) 644-1798. www.trpicaliabraziliangrill.com

중앙일보 스텔라 박 객원기자